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지난 9월 2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의 첫 러시아 방문은 이명박 식 4강 외교의 완성이자 자원외교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한러관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2015년 이후 북한을 경유한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에 한국기업 참여 등 10개 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다소나마 지지부진한 지지율의 상승을 이끌어 냈다.

이에 그칠세라 정부와 여당은 이번 결과에 대해 러시아와의 획기적 진전이라느니, 4강 외교의 대성과라는 식의 장밋빛 평가와 함께 경제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 모든 합의가 합의된 대로 진행이 된다면 당연히 이는 획기적 전진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급변하게 될 것이며 남북관계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진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와 여당의 러시아 방문 성과에 대한 장밋빛 분석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

우선 상반기 동안의 3강 외교의 현재적 상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4월 방미를 통해 한미 FTA의 연내 비준을 협의했지만 선물로 내준 쇠고기 협상파동만 일으켰을 뿐 한미FTA의 연내 비준은 차치하고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여파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면서 대선이후에도 의회의 비준에 대한 장담을 할 수 없다는 게 미국 내 경제전문지의 분석이다.

연이은 중국과의 방문에서도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은 문서에서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던 일본과의 실용외교도 '독도 교과서' 파문으로 뒤통수를 맞은 후 양국의 긴장은 외교적 관계를 넘어선 반일 감정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에 발생한 푸틴 총리의 지각 등장과 양국 간 공공조달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였을 때, 러시아 크레파치 차관의 서명식 30분 전 일방적인 불참 통보 전화 등 러시아에서의 외교적 결례는 다시한번 지난 3강과의 '공갈빵 외교'를 답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자원외교의 성과는 더욱 미래가 불투명하다.

시베리아대륙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 이를 통해 북한을 경유한 천연가스의 국내도입이라는 소위 '북방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 합의된 것은 아니다.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기획되었고 참여정부 시절에도 가스공급과 관련된 협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TSR-시베리아대륙횡단철도]



[남북의 경원선 조기 개통과 TSR/TCR 연결을 통해 대륙경제시대를 열 수 있다.]

시베리아대륙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연결, 그리고 남북철도를 연결하여 현재의 섬과 같은 한반도를 대륙과 연결하는 거대 프로젝트임에는 분명하다. 동북아 경제허브로서 대륙경제시대를 열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하게 계산한 산술적 경제 효과만 보더라도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배로 운송하면 기간은 한 달, 비용은 1 TEU( 20feet 컨테이너)당 2,300달러지만, TSR(시베리아횡단철도)로 가면 기간은 2주, 비용은 1,000달러 선에 불과하다. 운송시간과 비용 모두 절반 선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직접적이고 상시적으로 끌어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과 함께 엄청난 물류비용을 줄임으로써 대한민국은 고립이 아닌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꿈과 같은 프로젝트의 실행을 반대하거나 그 의미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불신의 이유는 이 프로젝트의 합의와 실행에 가장 중요한 '북한의 협력'이 빠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이번 합의가 장미빛 춘몽이며 국내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곤경에 처한 이명박 정부가 언론호도용으로 일시적이나마 가려 보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TSR을 통한 천연가스의 도입이 실행되려면 그 전제조건은 북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가 실행되기만 하면 북한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는 만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외교전략이 단순하게 경제적 이익 최우선주의가 아닌 체제보장 기반 하에서의 점진적 개방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남북관계경색의 주범으로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는 현 상황으로 볼 때 이는 너무 순진하거나 아니면 무식한 발상으로밖에 평가할 수 없다.

이런 중에 북한과의 사전 동의도 없는 '북한 경유 천연가스' 도입이라는 프로젝트를 공언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는 것이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일방통행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북한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리는 남북 간 정치, 경제, 인도적인 접촉이 계속됐으면 하고 특히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이행되기를 바란다"

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주문했다. 이것은 '2015년 철도를 통한 천연가스 도입' 문제 해결의 핵심이 남북관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없이 '2015년 천연가스도입'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금 현재까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행보로 보면 이번 러시아 성과는 또 하나의 합의문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왔으나 대북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가장 중요한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외교적 술사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을 흘리면서 국내에서는 철저하게 반통일적이며 남북관계 훼손의 길을 걷고 있다.

'비핵․개방3000'으로 요약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재 남북 관계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정부의 남북대화 성과를 전면부정하고 해체하려는 의도는 더욱 노골적이다.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6.15선언과 10.4선언을 폄훼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회담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10.4 선언 1주년 기념 행사장의 불참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의지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지난 10년 간의 대북성과에 대해 '퍼주기' 논란을 일으키며 모든 지원은 중단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추진되어온 남북민간교류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구성 및 고무찬양죄 등을 들어 단체 실무자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더욱 유치한 단면은 10.4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통일부의 실무자를 대기발령한 후 보직을 주지 않아 끝내 사직서를 제출하게 만든 일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떤 형태로 이끌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2005년부터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전문가 40여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발표해온 한반도안보지수의 이번 3분기조사결과 발표 내용은 현재의 남북긴장이 누구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지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2008년 9월 발표, KPSI설문조사 결과. 지수가 낮을수록 위험적 요소 큼]


조사결과에 의하면 한반도안보지수는 2006년 하반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 이후 가장 낮은 결과가 나왔다. 향후의 개선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이번 조사에는 '북미관계진전정도'에 대한 지수가 '64.93'인데 반해 '남북한 당국 간 관계'는 26.39로 가장 비관적인 결과로 나타나 있다. 더불어 이런 결과에서 한국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아무리 외국 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개선과 대북지원 천명 등을 외치며 다자외교의 성과를 부풀리려고 해도 그 실천의지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신뢰상실은 한반도 리스크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 한반도안보지수의 저평가는 한반도의 경제여건이 더욱 어려워 질 수 밖에 없음을 예견하게 한다.

한반도 '르네상스 프로젝트'든 '북방프로젝트'든 아니 이름이 무엇이어도 좋다. 섬이 아닌 동북아 경제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객관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 후 역동적으로 형성될 국제관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고립으로 치닫게 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 간의 햇볕정책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공동성명을 헌 폐지처럼 취급하려는 청산주의적 대북정책을 포기하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 평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이중생활은 중단해야 한다. 말로는 화해, 교류협력강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허풍을 떨지만 실제로 모든 대화통로는 중단하고 있으며 그나마 열려있던 민간교류마저 국가보안법으로 가로막는 태도로는 지금의 문제를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일국의 다중인격적인 태도는 국가신인도에도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 대북정책의 폐기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 2008년 10월 10일, 대륙으로 가는 길에 송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오렌지 걸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