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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왕따자처하는 '비핵개방3000'구상 폐기해야 한다!
-북미핵검증 합의와 북한의 테러지원국해제에 부쳐-

북한의 핵검증 범위에 대한 논란은 6자회담체제의 존속여부까지 불확실성으로 몰아가는 듯했다. 미국의 핵검증 범위가 내정간섭 수준을 넘어선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북한과 철저하고 강력한 핵검증 전에 테러지원국 해제는 없다는 미국 사이의 치열한 외교적 공방의 결과는 대부분 미국의 다음 정권에서 새로운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대세였다.

이 과정에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10월 1일부터 3일간 핵검증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서 북한을 방문하였고 지난 10월 8일 전후로 북미간의 핵검증 방안 합의 및 테레지원국 해제 가능성이 점쳐졌다. 10월 12일 오전 0시. 납북자 처리 문제를 이유로 일본의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북미간의 핵검증 원칙의 합의 및 대북테러지원국 해제가 발표되었다.

이는 2005년의 ‘9.19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북핵폐기 3단계의 이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 공동선언에서는 “1단계-핵시설 폐쇄단계, 2단계-핵시설 불능화단계, 3단계-북핵폐기단계‘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이후 몇단계의 회담과 합의를 거쳐 2008년 6월 북한이 핵신고서 제출에 따라 부시 미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해제‘ 방침을 미 의회에 통보하였으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핵검증 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극한 상황에 까지 이르렀으나 이번에 최종 합의, 테러지원국해제의 결과에 이른 것이다.

이번 북미간의 핵검증 합의는 그간의 핵심적 대립요소였던 핵검증과정에 대해서 미국은 단계적인 방법을 수용하여 6자회담의 재개와 함께 북한핵검증 착수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챙겼다.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으며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상징적이나마 북한의 국제사회로의 편입과 이후 그에 따른 경제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측면에서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접점을 찾게 된 것이다.

북미간의 핵검증 합의의 의미와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에서 분석기사를 내놓고 있으므로 첨언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중요한 것은 이번 '북미핵검증 합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북미핵검증 합의'는 원칙적으로 '8년 전으로 북미관계의 복귀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8년 전, 클린턴 집권 하반기에 미국의 울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상호방문으로 북미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가능성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해 말 민주당의 대선 패배로 부시정권이 집권함에 따라 북미관계는 다시 긴장관계로 전환, 긴장과 대화가 반복되었으며 북의 핵개발 시계는 단 1초도 늦추지 못한 채 (북한의 주장이긴 하지만) 이미 1차 핵실험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부시행정부의 강경기조와 핵문제를 인권 및 납북자 문제등과 연계하는 전술에 의해 당장 북미관계는 긴장일로를 걸어왔다. 잇단 외교적 실책과 함께 북미관계마저 성과 없이 집권을 마무리할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때 대한민국마저 부시정권의 대북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정책을 폈다면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한반도 리스크의 강화로 환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민적 노력은 무색할 것이며 국가신인도에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결국 부시정권은 미대선 3주를 앞두고 북미관계를 '북미관계의 새로운 전환시점으로 평가되던 클린턴 집권 말기'로의 복귀시켰다.

이번 북미핵검증 합의와 테러지원국해제는 국가 간의 신뢰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기진행된 '국가 간의 합의'를 변경하거나 무력화 하려는 행위는 당사자 쌍방은 물론이고 국제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자.

이명박 정부는 부시정부의 초기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폄훼하며 최소한의 신뢰 기반인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마저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태를 취해오고 있다.  

6.15공동선언은 한반도의 시급한 현안인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평가와 함께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구상 하에 '선비핵화 후경협'이라는 기조를 노골적으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구상은 남북긴장을 부추기며 남북정상회담 성과의 무력화와 경제협력 축소, 민간통일 교류의 억압이라는 형태로 역사의 시계바늘을 1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그것도 단 몇 개월 만에. 이명박 정부의 이와 같은 대북정책은 집권당인 한나라당에서 조차 수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비핵화 후교류협력' 기조 선택으로 6자회담 및 남북관계에서'남한'의 역할은 사라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구상은 ▸한반도의 평화안보지수의 하락을 초래 ▸핵검증 및 6자회담에서 남한역할의 축소로 인해 향후 남북관계의 주도권 상실 ▸남북긴장으로 인한 개성공단 등 경협 일정의 차질로 인한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안보지수의 추락은 이미 '남북관계 개선 없는 자원외교, 공갈빵 외교'라는 글을 통해 밝힌바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과 함께 '통미봉남'정책을 펼쳐오던 북한으로서는 굳이 남한이 역할을 할 공간을 만들어 줄 필요성이 없다. 왜냐하면 북미관계개선을 위해서 남한이 한 역할이라곤 전혀 없으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미국강경파의 요구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왔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만 보더라도 이번 '북미 핵검증 합의와 테러지원국해제'가 곧바로 남북관계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하는 근거다.

더욱 답답한 것은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남북의 대화중단과 같은 경색국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남북경협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당국자가 철수했지만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하게 현재의 결과가 아니라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의 결과에 따라 나타난 연속성일 뿐이다. 중요한 것으로 앞으로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정책이 실제로 드러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우선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최소 1,980억원의 경제적 이득과 2,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금강산 관광 중단의 장기화는 이런 기반 자체가 해체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금강산에 투자한 중소기업 72개 업체는 투자금 100억원을 비롯 매월 고정비용 3~4억을 앉은 자리에서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강산 관광이 완전 중단될 경우 최소한의 투자비용도 건지지 못하게 될 실정이다.

특히 172개사가 분양받고 52개 업체가 공장을 짓고 있는 개성공단 1단계 2차분양 사업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 근로자 충원문제와 3통문제(통행, 통신, 통관)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자간의 시급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안 그래도 힘든 중소기업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어 있다. [세종연구소 10월 정세와 정책 '남북관계 경색의 경제적 비용' 참조]

<'퍼주기'논쟁을 촉발시키며 남북관계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외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가 입만 벌리면 실용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실용은 없다. 대결을 부추길 것이 뻔한 이념적 논리만 가득한 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헛발질만이 보일 뿐이다.

검증은 끝났다. 
부시정권이 그러하듯 지난 8년을 돌아돌아 다시 8년 전으로 원점 복귀시킨 것처럼 이명박 정부 또한 1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과거회기적 남북정책은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밥값 술값 다 내면서 인정 못 받는 왕따'의 모습이 다시 재개될 6자회담에서의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간이다.

남은 선택은 명확하다.

지금이라도 긴장을 부르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대결정책을 폐기하고 정말 실용적인 입장에서 국가적 이익의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10년에 대한 부정이 아닌 정당한 평가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 2008년 10월 14일, 대륙으로 가는 길에 송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오렌지 걸